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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2011규슈원정대

이부스키로 가는 길 - 하나투어 규슈원정대

   

규슈는 일본의 열도를 구성하고 있는 4개의 주요 중에서 가장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녀온 가고시마는 그런 규슈 내에서도 최남단에 있는 ''입니다. (일본의 '' 우리나라의 '' 같은 행정구역으로 보면 됩니다때문에 지리적 특성인 온화한 기후 덕에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신칸센이 개통됨에 따라 가고시마의 빼어난 관광자원을 찾는 일본 국내외 여행객들이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최초로 1993년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야쿠시마' 가고시마현에 속해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전설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 <원령공주> 배경으로 삼았다고 하여 더욱 유명한 곳이죠. 규슈원정대로 가고시마에 김에 야쿠시마에 들리려고 했으나, 거리와 경비가 만만치 않아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안경> 촬영지인 '요론지마' 또한 같은 이유로 가보질 못했습니다. 다음엔 기필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가고시마에 도착한 즉시 향한 곳은 온천으로 유명한 '이부스키'입니다. 가고시마에서 다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이부스키는 일본정부관광국에서 선정한 'J-Route 24'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온천으로 역사가 깊은 지역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이부스키를 돋보이게 하고 있는 것은 세계 유일무이의 천연 모래찜질입니다.

   

지금부터 이부스키의 모래찜질 온천으로 가볼까요? ^^

   

   

우선 가고시마츄오역에서 이부스키로 향하는 기차를 타야 합니다. 기차 시각표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어도비 리더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에서 이부스키로 직행하는 기차는 없습니다.

   

가고시마에서 이부스키로 가는 열차는 특급과 일반, 종류가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특급은 새마을호고 일반은 무궁화호 내지는 비둘기호입니다물론 특급을 타면 빨리 있지만 운행하는 열차가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부스키를 오가는 길에 모두 특급열차를 타게 된다면 억세게 운이 좋은 겁니다. ^^

   

   

가고시마에서 이부스키까지 일반은 1시간 20 가량, 특급은 1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운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어서 두번 일반열차를 탔습니다. 사실 특급을 탔더라도 후쿠오카에서 가고시마까지 왔다가 곧장 이동을 하니 걱정이 앞서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나마 신칸센을 덕에 피곤함은 덜했지만 지루함은 어쩌질 못할 같았거든요.

   

   

막상 열차를 타고 보니 기우에 불과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요즘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구식 열차라 좌석이 불편하긴 했지만, 본의 아니게(?) 차창 밖을 내다보니 마치 다른 세상에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실제로도 다른 세상이기는 했네요)

   

그도 그럴 것이 언제부턴가 저는 열차를 타면 창밖을 내다보기는커녕 잠을 청하기 바빴습니다기껏해야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정도여서 이부스키로 가는 동안 모처럼 바깥의 풍경을 응시한 것이었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지루함이나 쫓자는 의도였지만, 그렇게 해서 내다본 열차 밖의 세상은 제게 뜻하지 않았던 선물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잠시라도 눈을 감을라치면 유난히 따사로운 햇살이 얼른 일어나 바깥을 보라며 눈꺼풀을 툭툭 건드립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버티면 이번엔 하늬바람이 몸을 스치며 간지럼을 태웁니다. 마지못해 실눈을 뜨고 창밖을 지긋이 바라보자, 여태껏 까맣게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시선을 가득 메우며 제각기 다른 수다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는 꽃과 풀잎으로 가득한 들판, 한가로이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강아지, 건널목에서 열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이름 모를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천진난만한 꼬마, 자전거를 타고 가족들을 위해 준비할 반찬거리를 사서 돌아가시는 아주머니, 베란다에서 마른 날씨에 젖은 몸을 말리려 하늘거리고 있는 빨랫감 . 모든 것들이 괜스레 저를 감상주의자로 만들고 있습니다다른 이들에게도 지금의 느낌을 오롯이 전달하고 싶어 미숙한 솜씨로나마 사진에 담으려 했지만, 재빨리 도망가는 풍경을 놓칠세라 넋을 잃은 바람에 그만 셔터를 누르기를 포기하고 맙니다.

   

   

세이렌의 유혹에 버금가는 풍경을 뒤로 하고, 교외를 오가는 열차라 승객이 많지 않은 내부로 눈길을 돌립니다. 창밖만큼이나 조용한 가운데 간혹 젊은이들도 보이지만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가장 먼저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으신  할머니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만날 영화나 티비에서만 봤지 실제로 기모노를 입은 사람을 보는 처음이라 달리 외면할 도리가 없습니다할머니의 무릎 위에는 신문지로 정성스레 말아놓은 백합꽃 한다발이 놓여져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올리자 저와 눈이 마주친 할머니가 생긋 웃어주십니다. 같아선 어디에 쓰실 꽃인지 여쭈고 싶었지만, 일본어를 도통 모르는 관계로 그저 표정으로만 인사를 나누는 고작입니다.

   

어색함을 이기지 못해 옆을 보니 분의 할머니가 계십니다저와 눈이 마주치기 싫으신지 창밖의 풍경으로부터 시선을  줄을 모르시네요. 그러면서 얌전히 과자를 오물오물 씹고 계시는 모습은 감수성이 예민한 10 소녀만 같습니다.


   

이처럼 열차 안팎에서 펼쳐졌던 정겨운 화상(化象) 제게 과거로 오라는 듯이 손짓했습니다. 어릴 적에 타봤던 비둘기호를 연상시키는 열차에다가, 가고시마 외곽지역의 한가로운 전원이 더해지자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시골을 가본 언제인지 까마득해서 더욱 그랬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온 탓에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의 여유를 음미하는 방법조차 잊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습니다.

   

개통한 신칸센에 이어 이부스키로 가는 동안의 풍경까지, 가고시마가 초반부터 선물공세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

   

다음 편에서 본격적으로 이부스키의 모래찜질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원문출처: http://blog.naver.com/nofeetbird/30107173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