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왕이란? 치앙마이에서 만난 장수기원탑!

 

입헌군주제 국가인 태국에서는 왕이 신적인 존재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 왕을 모독하거나 비난하는 건 외국인에게조차도 크나큰 죄악입니다.

아마 태국에 여행을 한번이라도 다녀오신 분이라면

이와 관련한 여러 해프닝 아닌 해프닝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긴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간혹(종종?) 발생하고 있군요.

이번에 가이드분한테 들은 얘기를 몇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태국의 지폐에는 역대 왕의 초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50바트에는 라마 4세, 100바트에는 라마 5세, 500바트에는 라마 1세 등등.

이런 지폐를 찢으면 왕위를 모독하는 행위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법적으로는 최고 15년형까지 간다는군요.

한번은 스위스 사람이 왕의 초상에 수염 다섯 개를 그린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요?

수염 한 개당 15년씩, 총 75년형을 선고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스위스에서 탄원을 하여 보석금을 내고 추방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더 충격적입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한 외국 언론이 태국의 왕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답니다.

이걸 가만히 내버려둘 리 만무한 태국 정부는

그를 다른 이유로 왕실만찬에 초대한다고 하여 꾀어낸 후에

그 자리에서 체포하여 형을 살게했다고 합니다.

가이드분께서 없는 얘기를 지어내서 하셨을 것 같지는 않지만 쉬이 믿기 힘들죠? ^^;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치앙마이에 위치한 '도이 인타논'에는

현 왕과 왕비의 장수를 기원하는 탑이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장수기원탑은 국민의 성금을 모아서 공군의 주도하에 건설했습니다.

왕이 서거한 후에도 태국을 보살펴 달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시리킷 왕비의 장수를 기원하는 탑이고

이건 라마 9세 왕의 장수를 기원하는 탑입니다.

이 탑은 장수를 기원하는 것과 동시에

사후에는 유해를 모실 납골당의 역할도 하게 됩니다.

사진상으로 차이가 보일는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보면 확실히 왕의 장수기원탑이 좀 더 크고 웅장합니다.

전제가 아닌 입헌군주제라고 해도 태국에서의 왕은 특별한 게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현재의 라마 9세(푸미폰 왕)는 그 이상으로 국민들의 신임을 얻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왕이 이토록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 건 라마 5세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라마 5세는 유럽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등

국가 전반의 근대화를 이룬 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라마 9세는 태국의 민주화에 많은 힘을 쏟았다고 하며

태국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민생을 안정화하는 데 노력했습니다.

특히 국민의 말을 귀기울이 위해 카메라까지 들고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왕족의 재산을 내놓으면서 시골지방의 발전에도 일조했습니다.

이러니 북한처럼 세뇌하고 강제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국민들이 왕을 따르는 것입니다.

탁신이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에도 그가 왕을 비판하는 발언을 일삼자

국민들이 점차 등을 돌렸다고 합니다.

제가 들은 한 가지 일화에도 라마 9세의 성품이 잘 드러납니다.

최근 몇 년 전까지도 라마 9세는 지방을 돌며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한번은 치앙라이의 고산족을 방문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이에 전기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당장 해결하기엔 어려움이 따르자

라마 9세가 직접 사재로 발전기를 사서 전해주었다고 합니다.

태국의 국민들이 라마 9세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유가 훤히 보이죠?

모름지기 한 나라의 원수라면 이것이 당연할 텐데 어째 현실은 그렇지가 않네요.

태국에서 라마 9세의 인기가 어느 정도냐고 하면

작년 12월 5일에 83세의 생일을 맞자 거리 곳곳에 왕의 사진이 걸렸고

방콕의 짜오프라야 강에는 이를 축하하고자 수십 척의 배가 운항했다고 합니다.

또한 왕의 장수를 기원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170만 개의 메시지가 남겨졌습니다.

정말 대단하죠?

라마 9세가 전 세계를 통틀어 최장기간 동안 왕좌에 있는 것도

이런 것과 전혀 무관하진 않을 것입니다.

왕비의 장수기원탑을 보고 나서

왕의 장수기원탑을 찍으려고 했더니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습니다.

가뜩이나 부족한 실력에 날씨까지 이 모양이라

근사한 사진을 건지기가 힘들겠다고 낙담하던 차에...

순식간에 안개가 걷히면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나타나

왕의 장수기원탑을 돋보이게 해줬습니다.

태국에서는 날씨도 왕을 사랑하고 존경하는가 봐요! ^^;

재미있게도 태국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도 왕은 절대 건드리지 못하는 모양이더군요.

어쩌면 라마 9세라서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06년에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총리를 자리에서 쫓아냈는데

태국에선 이런 쿠데타도 왕으로부터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왕도 내심 탁신이 맘에 들지 않았던 건지 승인을 한 대신에

두 번 다시는 쿠데타를 일으키지 마라고 경고했다는군요.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엄격한 왕권모독법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아무래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것과 관련한 일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한 인터넷 언론의 대표가 경찰에게 연행당한 일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왕권모독법을 위반한 덧글을 삭제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것입니다.

분명 우리에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인데

왜 자꾸만 데자뷰 현상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군요...

이에 대해 라마 9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권모독법은 평화유지에 목적이 있는 것이지 강제하려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독재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왕의 발언과는 달리 여전히 엄격한 왕권모독법이 적용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왕실도 왕실이지만 군부의 영향이 큰가 보더군요.

만약 국민들이 존경하는 라마 9세가 서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국민들의 왕권에 대한 신임도도 떨어질 공산이 크지만

군부의 쿠데타가 또 한번 일어나서 왕권을 아예 엎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위키리크스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의 재미난 설화(?)를 전해드리겠습니다.




 

태국의 현재 왕인 라마 9세는 차크리 왕조의 후손입니다.

차크리 왕조는 '시암'이라는 국명을 쓰던 시절부터 태국을 지배했습니다.

시조인 라마 1세는 전 왕을 죽이고 왕좌에 올랐는데

하루는 그가 주술사에게 찾아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물으며 점을 보았다고 합니다.

(이 정도는 상식이긴 합니다만

흔히 '샴쌍둥이'이라고 할 때의 '샴'이 '시암'에서 유래가 된 것입니다.

1811년의 태국에서 태어난 샴쌍둥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주술사가 말하길

차크리 왕조는 아홉 번째 왕이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태국의 왕인 푸미폰 왕이 라마 9세입니다.

즉 주술사의 점이 맞다면 라마 9세 이후로 차크리 왕조는 대가 끊긴다는 것이죠.

놀랍게도 이것이 자칫하면 그대로 맞아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 84세인 라마 9세의 건강상태는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키리크스에서도 라마 9세가 극심한 우울증과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설상가상 라마 9세의 아들이자 유력한 후계자인 마하 와지랄롱콘 왕자도

에이즈 혹은 혈액관련 난치병에 걸렸다는 설이 있습니다.

사실 왕자는 병이 아니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던 처지입니다.

사생활이 굉장히 문란하고 마약사건과도 관련된 적이 있어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 위키리크스도 태국의 미래를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 미국 외무성 관계자들의 문서를 폭로한 것입니다)

현재 유력한 왕위 계승자로는 1남 3녀 중 셋째인 마하 차크리 시린 공주가 꼽히고 있습니다.

아들과 달리 아버지를 쏙 빼닮은 성품을 가지고 있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라마 9세와 마찬가지로 카메라를 들고 국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닌다고도 하네요.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어느 쪽이 됐든 태국의 미래가 확실하지는 않은 상황이라

국민들이 라마 9세의 장수를 더욱 바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투어 스티커 유튜브 채널 : http://www.youtube.com/stick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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