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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치앙마이

치앙마이 끌레길, 고산족을 만나러 갑니다.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반드시 피하고 싶은 특정 시간대의 장소가 곳이 있습니다.
우선은 몸으로 부대끼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는 , 퇴근시간의 지하철입니다
한번은 우연히 출근시간에 지하철에 탔다가 '지옥철'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를 만큼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실제로 고성을 토하던 분들도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
일주일에 서너 번은 성추행을 당한다" 지인의 불평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높다란 빌딩이 모여 있는 거리의 점심시간입니다
즈음에는 약속조차 잡기 싫어할 만큼 극도로 꺼립니다.
그렇다고 지하철에서처럼 제가 물리적으로 어떤 피해를 보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12시가 되면 수도 없는 사람들이 밖으로 우르르 쏟아지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숨이 막힙니다.
마치 뻥튀기 기계에 갇혀 있다가 한계치까지 가열되면 "!"하고 터져 나오는 옥수수처럼,
거리와 식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끼의 식사가 아닌 잠시간의 휴식을 갈구하는 것만 같습니다
1시간이라도 없다면 스스로 폭발할지도 모르는 위태위태한 상태에서 말입니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다들 이렇게 치열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한편으로는 혼자 도태되고 뒤쳐지고 있는 듯한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유를 갖는다는 사치에 불과하고
없이 뛰는 것만이 절대의 미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일찍이 윤상이 " 걸음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라고 노래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노랫말일 뿐이죠.
 
어릴 적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당연시하는 지금의 현실은 노래가 나왔던 시점보다  배는  살벌합니다.





   

   


전부터 도보여행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먼저 올레길을 조성하여 관광산업에 새로운 트렌드를 일으키자 지방에서 앞을 다투어 도보여행 코스를 발굴했습니다.
소백산의 자락길, 지리산의 둘레길, 고향 부산의 갈맷길 등등, 하도 많은 길이 명명되어져 졸속 행정의 산물은 아닌지
걱정이 정도입니다. 어쨌거나 도보여행이 그토록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사에 지친 이들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의 서글픈 방증일 듯합니다.
자신의 터전에서는, 도시에서는 쉬어 여유를 찾을 없기에 도보여행을 택하는 것이 아닐까요?


   

   


치앙마이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또한 도보여행이었습니다.
태국만 번째 방문이었지만 해외에서의 도보여행이라는 색다른 경험의 기회가 있어 흥을 더할 있었죠.
더군다나 제가 가게 도보여행의 코스가 다름 아닌 치앙마이의 고산족이 오간다는 '끌레길'! 
도보여행도 도보여행이지만 고산족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설렐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치앙마이의 끌레길을 걸어보실까요?





   이곳은 메말라이 시장에서 쏭테우를 타고 1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매새'입니다.

시골의 작은 마을이라 인적이 드물어 굉장히 한적했습니다.

작은 식당과 화장실 등이 있어 끌레길로 가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합니다.




   



매세에
도착했을 때는 다들 멀미하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습니다.

보시다시피 쏭테우에게 일반 승용차와 같은 승차감을 기대할 수는 없거든요.

마주한 채로 앉아서 가다 보면 점점 일그러지는 서로의 얼굴을 있습니다.

멀미를 해본 적이 없는 저도 오랜만에 속이 메슥거렸습니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2시간 이상을 달린 상태였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매새에서
만난 승려분들.

어디로 가시나 했더니 허기를 달래러 식당으로 들어가시더군요.

   

이렇게 평화로운 길에서 승려분들을 만나니 영화 <수영장> 떠올랐습니다.

마지막에 차를 타고 이동하던 주인공이 양쪽에서 걷고 있는 승려들을 보면서 끝나는데,

영화에 걸맞게 참으로 고요한 풍경을 그려주고 있었습니다.

   

얘기했지만 <수영장> 태국이 간직한 고유의 정취를 절묘하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태국에 번을 방문하면서 점을 더더욱 절감하게 됐습니다.



   

   


조용한
마을에서 어디선가 아이들이 노래를 부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혹시나 하고 물어봤더니 역시나 인근에 학교가 있었습니다.

저희를 안내해주신 고산족 가이드 분이 모두 학교를 나오셨다고 하더군요.



   

   


매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그런데 얼마 가서 뜻하지 않았던 변수를 만나게 됐습니다.




   

   


본디
끌레길의 시작점은 매새에서도 차로 30분을 들어가야 하는 다른 마을입니다.

그곳에서 끌레길 1코스가 시작이 되는데,

새벽에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차가 다니는 길이 엉망이 됐습니다.

계속 차로 이동하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라 결국 여기서부터 걷기로 했습니다.

차로는 30분이지만 걸어서 1시간~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를...

   

이때만 해도 그냥 걷게 되겠거니 했습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길에서부터 암울한 사태의 전조가 드리운 것이었습니다.

끌레길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니 나중에 번외편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 실질적으로는 여기서부터 저의 끌레길 산책이 시작됐습니다.

새벽의 폭우는 온데간데없고 쾌청한 하늘과 작렬하는 태양이 반겨주고 있습니다.

다만 땅에는 여전히 흔적이 남아 있어 질척거리기 일쑤였습니다.

   

치앙마이는 문화와 언어뿐만 아니라 기후도 이전에 들렀던 여느 태국의 지방과 달랐습니다.

물론 덥기는 합니다만, 북부에 있기 때문인지 푸켓과 방콕 등에 비해 습도는 한결 덜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산에 오자 참말로 시원하기 그지없더군요.

치앙마이에 있었던 닷새를 통틀어  속에서 머물렀던 이틀 동안의 기분이 가장 상쾌했습니다.

대신에 그만큼 햇살이 뜨거워 살갗이 금세 탔습니다 ㅎㅎ



   

   


'
끌레' 말은 고산족 하나인 카렌족의 언어로 '부족과 부족을 오가는 ' 의미합니다.

따라서 끌레길에서는 고산족들의 삶이 어린 길을 따라서 걷게 됩니다.

코스마다 고산족 마을도 경유하기 때문에 더없이 진귀한 경험을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고산족의 현재를 엿볼  있었던  마을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티비 다큐멘터리에서나 있을 알았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 되니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끌레길의
출발점으로 향하는 중에 천만 다행히도 오토바이가 저희를 도왔습니다.

본격적으로 코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부터 힘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오토바이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오토바이는 고산족에게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입니다.

아무래도 길이 좁은 산을 오가려면 차보다는 오토바이가 제격이겠죠?

어릴 때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운전 솜씨도 수준급!

거의 스턴트맨과 맞먹을 정도라 울퉁불퉁하고 움푹 패인 길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마침내 첫번째 고산족 마을 '매쪽' 도착했습니다.

   

처음에 저희를 반겨준 것이 소들입니다.

개그맨이 티비에서 "소는 누가 키우냐!" 고레고레 소리지르더니

정말 소는 누가 키우는지 밑에 이렇게 퍼질러 앉아 쉬고 있네요 ㅋㅋ





   


매쪽에서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나이를 먹고 있는 망각하고 도리어 운동을 끊은지라 벌써부터 지쳤습니다. -_-;

   

마을에서 먹었던 점심식사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돼지고기를 큼지막하게 썰어서 넣어 만든 볶음밥이 아주 그냥 끝내줬지요.

   

나중에 고산족 마을만 따로 묶어서 소개하겠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끌레길이 시작됩니다.

닥치는 대로 집어삼킨 볶음밥으로 잔뜩 무거워진 배를 움켜쥐고 출발~




   

   


고산족이라고
하니 길이 험하거나 힘들지 않냐고 물으시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 그들의 마을이  깊숙한 곳에 자리한 것은 맞습니다.

달리 고산족이 아니지요.

   

하지만 자체는 비탈이 심하거나 험준한 지형이 아니었습니다.

산이라고 하면 질색하는 제가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전적으로 신뢰하셔도 좋습니다.

소백산에서 걸었던 자락길에 비하면 치앙마이의 끌레길은 숫제 '걸어서 하늘까지'입니다.




   

   


마음을
조급하게 가지지 마시고 천천히 걸으면서 고산족의 발자취를 따라가세요.

어느새 치앙마이의 고요한 자연에 녹아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곳에 와서까지 무언가에 쫓길 필요는 없으니 다른 생각은 훌훌 털어버리세요.

그러자고 도보여행을 택하는 것일 테니까요.

   

가시기 전에 앞서 소개한 영화 <수영장> 한번 보시면 좋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영화의 정서를 이해하는 도움이  것이고,

정서를 화면을 통한 간접경험에 머물지 않게  있습니다.

보시는 동안에는 다소 지루하게 다가올지라도

태국에 가시면 뒤늦게나마 영화의 여운이 진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도심지에서
한참 떨어진 곳의 산이라 고요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보이는 것이라곤 죄다 녹음이 우거진 숲이요,

들리는 소리라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새들의 지저귐이 전부였습니다

속을 저희 일행이 유유자적 거닐며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으니

산의 주인들은 "대체 이렇게 시끄러워?"라며 놀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끌레길을
걸으며 배운 하나.

   

정말 신기하게도 끌레길의 곳곳에서 바나나 나무를 발견할 있었습니다.

현지인 가이드분께 여쭤보니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기르는  아니라더군요.

그러니까 이건 그대로 자연에서 자라난 야생 바나나였습니다.

   

걷다가 바나나를 보면 하나 따서 먹어도 괜찮습니다.

바나나 나무는 일생에 한번만 열매가 열리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그냥 버리게 된답니다.

만날 먹기만 했지 이런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




   

   


현지인
가이드를 맡아주신 고산족분들은 역시 대단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줄곧 오간 길이라 시종일관 지치지도 않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특히 사진 오른쪽의 분은 헐거운 슬리퍼만 신으시고도 잘만 걸으시더군요.

진흙 투성이인 길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입니다.

도대체가 운동신경 자체가 다른 건지 어떻게 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을 있는지...




   

   


"
뭐라고 쓰여진 거에요?"라고 한국인 가이드분께 여쭸더니 대답을 머뭇거리십니다.

이내 현지인 가이드분을 찾으시더니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조금 의아했는데, 한국인 가이드분께서 태국어를 읽지를 못하셨습니다.

현지인 가이드분들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시는 봤는데 말입니다.

알고 봤더니 말은 하지만 글을 읽고 쓰지는 못한다고 하시더군요.

태국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 가이드분들이 그렇다고 합니다.

태국어는 알파벳도 아닌 글자를 사용하니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현지에서
가이드 일을 하셔도 굳이 글자를 읽고 써야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관광을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태국은 법적으로 반드시 현지인 가이드를 명씩 채용하게 되어 있거든요.

한국인과 태국인 가이드가 함께 있기 때문에 말만 통하면 해결된답니다. ^^

   

, 글자는 "후어이남당 국립공원"이라고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후어이남당 국립공원은 태국인들도 가보고 싶어할 정도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끌레길에서
배운 .

   

뜻밖에도 산에는 대나무가 무성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시종일관 선선한 기온이 반가웠습니다.

   

열대지방에도 대나무가 있다는 것도 치앙마이의 끌레길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이래저래 많이 배우네요 ^^



   




태국의 자연 속에서 뒹굴며 신나서 어쩔 줄을 몰라 했던 우리.



 

   

   


개미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있습니다.

태국의 개미는 우리나라의 그것과 생김새가 많이 다르더군요.

정도 크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개미와 많이 다른 형태였습니다.




   


끌레길에서
배운 .

   

X0년을 넘게 살면서 실제로 보는 처음인 쇠똥구리!

끌레길은 고산족과 함께 소도 많이 오가는지라 소똥을 쉬이 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책에서나 보던 광경을 직접 보게 됐네요.

   

책에서 때는 느릿느릿한 걸음이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걸요!

예상을 벗어난 엄청난 속도로 똥을 굴리고 있었습니다!

이래서 교육이 중요한가 봅니다. ㅎㅎ

   

그나저나 사진 장을 찍으려고 쪼그려 앉은 채로 미터나 쫓아갔던지 모릅니다.

녀석이 아주 똥개 훈련을 시키더군요 -_-




   

   


끌레길이
안겨주는 최고의 순간은 뭐니뭐니해도 고산족들과의 만남입니다.

저도 신기했지만 저를 보는 이분들도 똥그란 눈으로 바라보시더군요.

외지인과의 접촉이 잦지 않아서인지 신기하긴 매한가지인가 봐요 ^^

   

가끔 이렇게 길에서 마주치게 되면 인사를 건네보세요.

순박함이 그대로 드러난 얼굴로 수줍은 듯하면서도 밝은 미소를 보여줍니다.





   


혼자
앞서 걸으며 길을 살피던 현지인 가이드 ''.

얼굴도 생겼고 성격도 서글서글해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

간단한 영어를 있어서 간혹 농담도 주고 받으며 걸었습니다.

윗이나 저나 영어 수준은 거의 비슷한 같았어요 ㅋㅋㅋ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담기 위해 무거운 삼각대까지 대동하신 피디님.

저보다 배는 힘드셨을 텐데 불평은커녕 힘든 내색도 하지 않으셨죠.

그렇게 체력이 좋아 보이시진 않던데... ㅎㅎ








코스는
험하지 않으나 땅이 젖어 연거푸 미끄러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현지인 가이드의 리더였던 '' 대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줬습니다.

   

친구는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고 영어도 곧잘 하는 신세대 고산족입니다.

미국인과 결혼도 했었는데 안타깝게 이혼했다고 하더군요.

이틀 동안 정말 친절하고 예의바르게 대해줬던 친구들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 아쉽습니다.




   


여기는
번째 마을인 ' 꾸어이'입니다.




   

   


고산족들
중에는 화전민이 많다고 합니다.

끌레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농사를 짓기 위해 산을 태운 흔적을 어렵지 않게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있는 단연 바나나 나무입니다.

언뜻 보면 여기가 정글인 것만 같습니다.








끌레길의
자연이 빚은 게이트웨이.

누가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라고 해도 기꺼이 박수를 보낼 텐데

참으로 오묘한 자연의 신비에 새삼 탄복하게 됩니다.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채로 걷게 되면 이조차도 스쳐 지나가는 사물에 불과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음미하는 자에게는 가슴 속에 깊이 남게 되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번째 마을인 반까오람을 지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산은 많습니다.

하지만 치앙마이의 산에는 아직 인간의 족적이 새겨진 만큼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자연이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의미가 남달랐던 만큼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지...

   





유튜브 스티커 채널 : http://www.youtube.com/stick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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